전설의 모디아.

지금은 팔고 없는 추억의 명기, 모디아. 이게 무엇인고 하니.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키보드 달린 PDA' 되시겠다.
이웃댁에서 놀다가 급 떠올라서 뒤져보니 옛날에 찍어둔 사진이 있네.



한창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을 무렵.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 수첩과 펜의 조합만으로는
변화무쌍한 인터넷 환경과 오프라인을 연동하는 데 여러가지 애로가 따른다는 걸 알게 되었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그 자리에서 즉각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당시는 그 욕망이 그저 '욕심'에 불과했다는 걸 몰랐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소위 말하는 [허세끼 가득한] 로망? 비스무리한 것도 없었다곤 말 못하겠다, 솔직히.

(결과적으론, 그 쓸데없는 로망이 체험의 과정을 거쳐 유무형의 데이타를 쌓게 해주었으니
그저 허세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만서도..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이 기기는 그런 것들과 별개로 굉장히 매력적이란 얘기)



외관은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딕플' 시리즈와 대동소이. 무엇보다 키보드가 최대 강점이었는데..
요만한 사이즈 중에서 이렇게 키감이 좋은 놈은 예전에도 없었고, 아마 지금도 없지 않을까 싶다.
따닥따닥- 하는 적당히 경쾌하고, 적당히 눌리는 특유의 손맛은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한다.
개중엔 다른 거 다 필요없고, 이 키감만 있으면 된다는 분들도 꽤 됐었지.
물론, 노트북보다는 불편하겠지만 키 간격과 배열이 절묘한 탓에 약간의 적응기간만 거치면
정말 큰 손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무리없이 쓸 수 있다. 나 같은 쭉정이도 300타 넘음.



패널은 256컬러 STN인데다가 세로가 짧고 옆으로만 널찍한 화면은 해상도마저 형편없어서
가독성이 무지하게 떨어지고, 웹 서핑 같은 건 아예 불가능할 정도였다. 왜냐면 열불나니까ㅋ
'PSP' 수준만 돼도 그럭저럭 쓸 만하던데.. 이건 그보다 훨씬 극악의 참을성을 요구했다.

다만 트랙볼이 아니라 일체형 스타일러스가 포함된 터치 방식이라 편의성은 나름 좋았다.
어차피 워드머신 용도로 구했던 지라 크게 스펙이 딸린다거나 그런 것도 못느꼈고,
기본적으로 부팅의 개념이 컴퓨터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전원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반응하는 것 역시 큰 장점이었다. 집이 아닌, 수시로 움직이고 이동해야 하는 바깥에서
켜고 끄는 것에 시간을 뺏기는 건 의외로 자잘한 불편함이 많으니까.



크기는 여성들이 흔히 쓰는 장지갑보다 약간 큰 정도. 웬만한 소형백에도 무난히 들어간다.

이 기종의 고질병이었던 키보드 변색이나 힌지, 걸쇠 파손도 없고,
상태로 보나 구성품으로 보나 여러모로 특A급이었는데 후속인 '시그마리온3'로 갈아타기 위해
대구였던가.. 직거래 하신다고 몸소 서울까지 오신 행동파 아가씨에게 넘겼었다. 오겡끼데스까~
암튼 궁극의 워드머신이라는 애칭답게 지금도 가끔 그립다. 그냥 소장할 걸 그랬나ㅎㅎ


참고로 그 후론 시그를 조금 쓰다가 '아이팟'을 접하면서 모든 모바일 활동이 정리?되었다.
물론 모디아만큼이야 하겠냐만, 아이팟으로도 내가 원하는 목적은 거의 달성 가능했다.
키보드가 없는 일반적 형태의 PDA에 비하면 아이팟은 수퍼 컴퓨터나 다름 없으니까 ^^;
요즘은 용량이 조금 모자란 듯 싶어 4세대로 갈까..생각도 하지만 뭐 아직까진
오래 써온 1세대로도 견딜 만하다. 아니면 아예 카메라까지 달린 아이폰으로 가든가.
사실 폰, 디카, 아이팟 이렇게 3개를 갖고 다니는 것도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때가 없진 않다.
뭔가 들고 다니는 걸 꺼리는 성격 상, 늘 가방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압박이 될 때가 있고,
따라서 가벼운 옷차림을 할 수밖에 없는 여름철은 물리적인 괴로움도 좀 있는 편.
어쨌거나 모바일 디바이스는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덧글

  • chan 2012/07/31 10:09 #

    우와 저런것도 있었어요? 키보드가 짱이네...정말 메모할 일 많은 사람한테 굿이겠어요. 아이폰으로 가끔 메모하긴 하는데 자판이랑 사이즈 때문에 눈도 아프고 손도아프고 그러네요.
  • 오리지날U 2012/07/31 13:27 #

    극소수이긴 하지만 요즘도 매물이 아예 없진 않더군요 'ㅅ' 나중에 혹시 또 재구입 할 지도ㅎ
    아이팟/폰은 액정에 뜨는 가상 키보드라 '블랙 베리' 같은 실물에 비하면 확실히 불편하긴 합디다..
    그래도 지금은 오래 쓰다보니 적응 돼서 엄청 빨리 치지만요 ^^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능 !
  • 쓰레기청소부 2012/08/01 00:04 #

    엇, 이제보니 블로그 다시 시작하셨군요. 앞으로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근데 사진의 저 제품은 요즘 얼마정도 하나요?)
  • 오리지날U 2012/08/01 00:22 #

    다시 시작했다기보다는 그냥.. 너무 오래 비워둔 것 같아서 ^^a
    (워낙 희귀 매물이다보니 시세가 완전 널뛰기를 하는데ㅋ
    장터 매복만 잘 하면 10만원 정도에도 상태 좋은 놈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 Rudvica 2012/08/11 01:02 #

    키보드 때문에 아직도 Sharp 의 Zaurus C-3000 을 쥐고 있는 사람도 여기 있습니다...^^
    (예전 국내회사 G-Mate의 Yopy 3500 제품을 PDA폰으로 정말 유용하게 썼던 시절도 있었지요...)
  • 오리지날U 2012/08/11 10:21 #

    앗~ 반갑습니다 ! 자우루스.. 로테이션 액정은 좋았는데 엄지 키보드가 별로여서 크게 관심은 두지 않았었던.. ^^;
    신제품이 쏟아지는 요즘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오래 쓰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 Rudvica 2012/08/12 00:32 #

    사족을 붙이자면...
    HP 에서 만들고 삼성에서 유통시켰던 LX-10 이라는 핸드 PC 도 보유중입니다...^^
    80286 프로세서에 램 1M 이 장착되어 있으며 MS-DOS 운영체제로 작동되는 물건입니다...^^
    (어머님께서 삼성생명에 계실 적 사용하시던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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