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과 이택광과 서커들과 대한민국.

 
0. 예전에는 듣기만 했지 실제로 그걸 느껴 볼만한 계기가 없었는데
 어제서야 비로소 오래된 속어 '먹물'이 뭘 뜻하고, 뭘 상징하는지 대략 감을 잡았다.
 별로 달갑진 않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이택광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1. 말과 글은 하면 할 수록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내 댓글에 좆고딩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비로긴 한 마리가 깝칠 때도
 그냥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보다 보다 짜증이 나서 포스팅.


2. 지금은 삭제되고 없는 소위 '김현진 사건'의 원게시물은 그냥 단순 한풀이였을 뿐이다.
 말하자면 애초에 칸트 따위?가 낄 자리는 없었다는 얘기.
 링크된 곳의 쥔장은 일반인들은 평생 가야 한 번쯤 들을까 말까한 오만가지 수사와
 역사적 인물, 사건들을 동원해서 일명 '다구리'에 대해 설파하고 있는데..
 정독을 하면 할 수록 우스워질 따름이다. 이것은 글 자체를 폄하하는 게 절대 아니다.


3. 편의상 원게시물의 저자를 'ㄱ', 김현진을 'ㄴ'이라 하자.
 ㄱ은 ㄴ이 새 책을 냈고, 거기 자신의 글이 무단도용 당했음을 알게 된다.
 그에 출판사로 두 차례 이상 도용 부분의 삭제를 요청, '알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러나 긍정적 답변과는 달리 전혀 개선의 조치가 없음을 알고 분개한다.
 게다가 '우린 당신의 뜻을 반영할 생각이 없다. 원한다면 싸워보자'는 배째라식의 반응에
 초사이어인이 되어 ㄱ 본인의 말마따나 [쓰라고 해서] 블로그에 그 사실을 포스팅한다.
 덧붙여 화가 머리 끝까지 난 ㄱ은 도용건 뿐만 아니라 ㄴ의 폭행건까지 쓰게 되는데 그 이유를
 [이런 사람이 쓴 책을 읽고 행여 누군가 판타지를 가지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라 했다.

 그 내막을 거의 90% 이상 기억하고 있지만 다 쓰면 너무 길고 간단하게-
 평소 자신에게 들러붙어 사바사바 하기를 밥 먹듯 했던 ㄴ이 음주 후 ㄱ을 개처럼 때린 것이다.
 그것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10원 짜리 쌍욕까지 곁들여 가며. 그 외에 ㄴ의 중2병 자살드립
 같은 건 그냥 생략한다. 쓰려니 손발이 오그라들어 도저히 못쓰겠다. 끝으로 ㄱ은 글을 마치며
 [지금 이 순간도 내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발로 차던 ㄴ이 떠올라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4. 나는 그 글을 읽고 ㄴ이 '카렌'이었던 시절부터 들려오던 안 좋은 얘기들이 떠올라 움찔했다.
 정황상 ㄱ의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다른 사람들이야 일일이 알 수 없지만
 그러니까 적어도 나만큼은, ㄴ이 그간 펼쳐왔던 모든 선의 행위에 구토가 일었다. 역겨웠다.
 일전에 보았던 베시시- 웃고 있는 셀카가 떠올라 더 역겨웠다. 그런데 추이를 지켜보니
 그게 나 뿐은 아니더라. 트랙백부터 댓글까지 ㄴ을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그것을 이택광씨는 다구리라 표현하고, '인민재판'이라는 네 글자로 딱 잘라 요약했다.
 그러고선 최근의 포스팅엔 20대 작가의 공적 차원을 옹호하는 것은 별개라 하더라.


5. 우선 ㄴ을 작가라 부르는 것도 못마땅하지만-그런 천하의 썅년도 작가가 되어 책을
 팔아먹을 수 있다니.. 정말이지 세상은 관대하다-이택광씨의 다구리 개념에도 문제가 있다.
 다구리라는 것은 저항이 힘든 소수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다수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뜻하는데
 나는 절대 ㄴ이 소수에 속한다고 보지 않는다. 대개는 숫적으로 우세한 네티즌들이 다수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그것은 사건의 본질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다.

 이 사건의 본질은 힘 없고 억울한 ㄱ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풀이를 했고,
 그 한풀이를 본 사람들이 ㄱ에게 동의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거다. 그게 전부다.
 다구리는 오히려 ㄱ이 당했지. 위선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ㄴ과 거대 자본으로부터.
 멸치떼 모인다고 고래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멸치가 뒷따 좀 깠다고 고래 안 죽는다. 걱정 마라.


6. 그 결과 ㄱ은 사과문과 각서를 받은 모양이다. 사실 그것만으로 ㄴ의 사후 대처는 알 수 없다.
 이택광씨는 ㄴ이 사적 영역에서 저지른 일은 당연히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다구리를 당하는 ㄱ이나 또는 그에 유사한 입장에서는 법이란 건 참으로 멀다.
 저렇게 블로그에 글이라도 올리지 않았으면 과연 사람들이 이 일을 알 수나 있었을까?
 알긴 커녕 ㄴ의 기만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고, 소비자의 판타지는 커져만 갔겠지. 아마도?


7.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거다.
 군대 가기 전 조폭 등, 일명 '조직생활'을 해본 놈이 군생활을 잘 한단 소릴 들었는데
 선뜻 이해가 안 가는 거라. 그런 놈은 수 틀리면 고참한테 주먹부터 날리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가보니 그말이 참말이더라. 소위 가방끈 좀 길다는 대학생들은 무엇을 해도
 논리와 근거를 들이대고, 자신을 이성적으로 납득시키지 않으면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수행해 내더라도 꼭 토를 달고, 불만, 불평을 일삼더라고.
 물론 다 그랬단 건 아니고.

 내가 먹물로 정의한 지식인들의 행태는 그렇다. 꼭 이번 김현진 사건이 아니더라도
 숱하게 일어나는 넷상에서의 각종 현상을 자신들의 틀에 맞추어 재단하고 끼워맞춘다.
 다소 어려운 말까지 해주면 금상첨화. 2번에서 정독을 할 수록 우스워진다고 한 건
 마치 저글링 한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 배틀크루져 세 부대를 끌고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8. 이택광씨는 자칭 문화평론가란다. 한 마디로 재수없다.




 

덧글

  • baltak 2009/10/14 01:02 #

    이 참에 이런 하이브리드 문화 좌파 진보 부류들이 다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좀 제대로 된 존경할 만한 인물들의 생각과 글을 보고 싶은데
    어찌된게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집니다.
    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오리지날U 2009/10/14 12:54 #

    대중과 넷문화에 대한 진솔한 통찰없이 그저 자신의 식견에 비춰
    평론가에 선생이랍시고 가르치려 드는 모습이 김현진보다 더 역겹더군요.
    뭐랄까.. 동네 분식점에 턱시도 차려입고 가서 주인아주머니를 호통치는 모습이랄까;;
  • 파란양 2009/10/14 12:35 #

    가재는 게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는 것만 증명했죠.


  • 오리지날U 2009/10/14 12:50 #

    이택광씨의 스탠스와 게시물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만..
    문제는 그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거죠;
    덕분에 난독증이라 불리는 비로긴들이 설치게 되었던 것이고..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한국의 모습', '헛똑똑이' 운운하니 우스울 수밖에요.
  • 파란양 2009/10/14 13:18 #

    동감입니다...

    난잡한글이였죠...
  • 오리지날U 2009/10/14 13:37 #

    [내가 하려던 말은 사실 이거거등]...........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온갖 배경지식이 난무하는 장문의 포스팅을 세 번이나 하는 걸 보면
    문화평론가는 고사하고, 선생으로서의 자질은 있는 건지 의심이 되는 겁니다.
    그래놓고 '수업시간 같았으면 아작을 내버릴 텐데..' 이러고 앉았으니..;
  • sociodemocrat 2009/10/17 05:34 #

    퍼가겠습니다.

    idiosyncracy.tistory.com
  • 오리지날U 2009/10/17 09:43 #

    트랙백과 링크만 허용하겠습니다. 전문을 퍼가시는 것은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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