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더... - 고갈


감독 : 김곡
출연 : 장리우, 박지환, 오근영




쉐따 뻐꺼 !!!

중간에 일어나면 아침을 쥬스 한 잔으로 때우며 을지로까지 온 내가 상병신이다..
..라고 두 시간 동안 스스로를 얼르고 달래며 인내한 결과,
저 메인 카피 '이토록 아름다운 충격은 없었다'에서 [아름다운]은 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충격으로 점철돼 있다.
대체 누가 저기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지, 느낀다면 그 아름다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납득해야 저런 카피를 쓸 수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치자.
(뭐.. 모르는 놈이 별 수 있나요.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수밖에)

근데 쇤네는 아무리 뜯어보고, 살펴보고, 굽어봐도 도통 알 수가 없었지라.
눈동자 점막을 고갈시킬 기세로 덤벼대는 화면이야 뭐 짬밥이 있으니 대충 회피해 줬는데..
초지일관 귀에 테러를 가하는 음향 만큼은 아.. 정말이지 괴로움의 극치였다굽쇼. 훌쩍~
특히 후반으로 갈 수록 절정으로 치닫는 미치광이 쇼는..  ..달아난 정줄에게 잠시 묵념.


됐고..

그래서 !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히 뭔가.
답답해서 감독 인터뷰도 좀 찾아봤는데 이건 뭐.. 지 할 말만 잔뜩 늘어놓고;
영화란 매체를 자위수단으로 삼는 거야 지 맘이니깐 그걸 갖고 뭐라 할 순 없지만
극장에 걸려면 관객-돈을 내고 보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잖나?

예전에 친구 이군과 놀이동산을 갔을 때, 롤러코스터 앞에서 이군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아우..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괴로움을 당하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가.."

물론 나는 그 말에 껄껄 웃으며 '괴로움'은 당신한테만 해당된다고 답해줬지만
이건 좀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롤러코스터는 괴로울 지언정 그에 상응하는 쾌락을 준다구.
두 시간을 넘게 인내하고도 쾌락은 커녕 깨달음조차 얻기 힘들다면 그건 그냥 자위에 불과하다.
모르긴 몰라도 김곡은 아마 자신의 창작물에 긍지를 가지고 있겠지. 아닌가? 아니라면
이건 자신의 집에서 심심할 때마다 '내가 이런 걸 만들었었지..'하며 꺼내보는 정도여야 옳다.
그럼에도 극장에 걸고 GV까지 했다는 건 영화에 뭔가가 있단 증건데..
아무리 좋게 봐줘도 그 뭔가를 모르겠단 말이다. 이도저도 아님 진정 마조히스트를 위한 영화??
하지만 나는 돈을 내고, 손수 극장까지 찾아가 이런 류의 특이한? 괴로움을 즐기는 마조는
매우 드물거라는 데에 손모가지...까지는 안 되고, 한 달치 유흥비를 걸겠다.

혹시 또 모르지. 몇 번 재감상을 하다보면 그 뭔가의 윤곽이 슬슬 드러날 지도.
그러나 그것 역시 옳지 않긴 마찬가지. 왜냐면 영화는 애초 반복감상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복감상' 그 자체엔 악의 없음) 그야말로 마조가 아닌 이상 누가 또 보고 싶겠냐고.
그렇다면 결국 첫감상 시 괴로움을 이겨낼 만한 동기를 부여해줘야 한단 얘긴데
고갈은 거기서 실패.. 아니, 실패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걸 무시했다.
뭐.. '다시는 보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야 할 말 없음이고;


어쨌거나 시간은 이미 흘렀고, 내 감성은-누군가의 의도대로-고갈됐다.
헬 오브 지옥을 이겨낸 내 자신과 텅텅 빈 상영관 뒷 쪽에 앉아 꿋꿋이 버틴 아자씨 두 분,
그리고 매 회 지옥을 경험하다 끝내 덤덤해졌을 영사 기사께 이 상처 뿐인 영광ㅋ을 돌린다.
참고로 '허지웅'은 본 작을 가리켜 [지옥으로부터 너를 잡으러 온 영화]라 했다. 과연 !


















-덤-

상영관 밖으로 나오니 세상 모든 것이 또렷하다.
순간, 지금껏 1.5로 알아왔던 내 시력이 사실은 5.0이 아닐까..하는 뻘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감독이 원한 '이미지 전달' 만큼은 제대로 된 듯 싶다.



-덤-1-

어쨌든 강렬한 햇살이 괜히 어색해져서 '짬뽕' 같은 얼큰한 음식으로 공허해진 속을 채우고,
'엑박의 압박'에서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고, 골목을 돌아다녀 봐도 중화요리점은 없더군.
대신 허름한 국수집이 있길래 마지못해 들어갔는데 웬 걸?
비빔국수가 너무 맛깔나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 오우- 지쟈쓰. 완전 맛집일세.

새콤하면서도 매콤하고, 찰진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퍽퍽해진 국수를 마시며
아직 내 시력이 1.5에 머물렀던 30분 전을 상기해 보았다.............만.
'젠장.. 눈이 고자가 된 것 같아.. 김곡 이 새끼..'라는 거 말고는 전혀 건지지 못했다 -_-;
그런 와중에 국수 그릇이 바닥을 드러냈고, 이대로는 아쉬워서 김밥 한 줄을 더 시켰다.
그래놓고 '음.. 맛집이지만 김밥은 노말하군..'이란 생각을 하며 얻어낸 최종결론은 이거다.

'아 씨발 ! 진짜 감정이 고갈됐어 ! 아무 생각도 안 나잖아ㅜㅜ'

국수 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김밥값 2천원까지 추가로 지불하게 만든 고갈- 잊지 않겠다.



-덤2-
김곡. 생각보다 멀쩡하다.



-덤3-

내가 독립영화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은 딱히 독립영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대개의 독립영화들은 참기 힘들 정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만 하지 않는다면 그 길을 추천하는 사람들에게 뭐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길은 여러 갈래가 있고, 나는 모퉁이에 서서 사람들의 드나듬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러다가 맘 맞으면 뭐 동행하는 거고. 수 틀리면 언제든 돌아가는 거니까.

다만, 깨달음을 얻는 데 있어 필요 이상의 '인내'를 강요한다면
독립이고 뭐고 다 부질없는 거 아닐까. 어째서 '비타협'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복종'이 돼야만 하는 건지 나는 그게 궁금한 거다.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여튼 <고갈>은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아마 김곡의 다음 장편이 나오면 또 보러 가지 않을까. 난 지고는 못살거든. 후후.




 

덧글

  • Sengoku 2009/09/10 16:41 #

    무서운, 감독...
  • 오리지날U 2009/09/10 19:33 #

    저 사진을 올린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저 미(썩)소가 마치 저를 향한 것 같거든요..;
    내가 이대로 무너질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김곡 !!
  • Sengoku 2009/09/10 19:55 #

    김곡은, 이글루스를 하던 도중에... 모 이글루 글을 읽고...
    고갈... 시작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지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고...
    김곡은 더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응!?
  • 오리지날U 2009/09/11 11:43 #

    헐ㅋ 뭐 그런 뷰티풀호러스런 얘기가.. ㄷㄷㄷㄷ
  • Sengoku 2009/09/11 15:32 #

    하하하하하;;;
  • 2009/09/10 18: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리지날U 2009/09/10 19:40 #

    내용도 좀 그런 편이고, 특히 전달 방식이 무척 그렇다능;

    아마 보신다면..
    언급하신 영화와는 다른 의미에서 나갈까 말까를 망설이시게 될 겁니다 -ㅅ-
  • 레일린 2009/09/12 03:23 #

    도대체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네요..
    근데 안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이렇게 간접경험이란 소중한 것이군요.

    전 개인적으로 롤러코스터는 즐기지만
    매운 음식을 골라 먹는 사람들을 마조라고 생각하고는 해요...
    왜 자기 혀를 고문하는 걸까요.
  • 오리지날U 2009/09/12 05:08 #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이 카테고리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간접 말고 직접-_-경험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매운 음식이야 뭐.. '고문'의 기준이 어디 있냐에 따라 다 다르겠죠 :)
    아니면 고문 그 자체를 즐긴다거나;; (이거야말로 리얼리스트 !! ㅋ)
  • 2009/09/17 15: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리지날U 2009/09/19 02:33 #

    뭣이 ! 땡긴다구요 !?


    ........이렇게 또 한 명 낚은 건가.. 우후후후후후....


    제가 좀 한앙큼 합니다. 암튼, 링크 감사연 :)


    참, 혹여 이 영화를 보시게 되더라도 급 링크 끊기 없기~ ㅋ
  • 하쿠 2009/10/02 23:36 #

    하하하...........저 감독 얼굴을 저역시 영화본 후 집에서 검색하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나에게 정신세계를 제대로 오염시키고,고갈시킨 장본인!!!
  • 오리지날U 2009/10/02 23:47 #

    무..무찌릅시다 ! 김곡 ! 힘을 합쳐야 해요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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