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24일
너도 가끔씩 거울 좀 보고 살아라 -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 윤종빈
출연 :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내가 보기에 그는 적어도 삼십대 후반이었다.
'군'이라는 특성상 그런 걸 정확히 알 수도 없고, 또 알 필요도 없는 거지만
어쨌든 당시의 우리 대대장은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이 있었으니까.
갔다온 사람들은 잘 알지 않나.
'병'이라는 입장에서 대대장 정도의 위치만 돼도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힘들다]는 걸.
어쩌다 훈련이나 사열 자리에서 간단한 인사라도 나누게 되면
그게 또 왜 그렇게 떨리고 긴장됐던지.
그런 그가.
나이 사십줄인 그가.
자식들의 키가 자신의 허리보다 높아져버린 그가.
거의 500명에 육박하는 한 대대의 '장'인 그가.
연대장의 지휘봉에 배를 찔리고,
어지간한 사제 구두는 명함도 못내미는 딱딱한 군화(라 쓰고 전투화라 읽음)발에 정강이를 차이고,
마치 수 십년 간 외길을 걸어온 노련한 학생주임이
나름 교묘하게 머릿칼 속에 숨겨 놓았다 자부하는
반항아의 애교머리 한 가닥을 기어코 찾아내 자신의 우월함을 남발하듯
'너 뭐하는 놈이야?' 따위의 [비인간적인 굴욕]을 당하더라. 물론 반말로.
그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저게 뭐하는 짓인가.. 저게 사람이 할 짓인가.'
...
아.
이건 사실 영화하고는 그닥 큰 관계는 없는 얘기다.
그냥..
내가 행정보급관한테 밝힌 '장기복무지원'을 철회한 이유.
(정확히 말하면 내가 철회한 게 아니라 그쪽서 나를 부적격자로 판단해 퇴짜를 놓은 거지만. 클클)
승영이도 참 많이 힘들었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마도 당시의 분대장이 없었다면 내가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그 시절을 견디며
승영이처럼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100%는 아니지만 난 그의 심정을 잘 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버린 지금에 와서야 하는 얘기지만 태정이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우리 분대장 지금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산다. 가끔 연락하는데 별로 반기는 분위긴 아니더만ㅋ
근데 영화 속 동성애적 코드와 내 경험담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 -_- 이게 중요;)
덧붙여서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여기저기 평들을 좀 훑어보면 거의 그런 언급이 없는데..
여기서 단호하게 '이 영화에 웬 동성애? 이건 그저 리얼 군대 라이프'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를 반만 본 거다. 리얼 군대 라이프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리얼 군대 라이프에서 파생된 코드가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다.
주로 산만한 타입들은 잘 모르겠지만..
'80년대풍 골때리는 술집(태정의 표현을 빌리자면)'의 화장실 앞 실랑이씬에서 확실하게 나와요.
정 돈 아까우면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 번 다시 돌려보든지.
(힌트 좀 줄까? 저기 포스터 아래쪽 메인 카피를 잘 한 번 곱씹어봐..
'그날 이후'라는 건 뭘 뜻하고, '친구일 수 없었다'는 건 뭘 상징하는지)
여튼 이거 생각없이 심심풀이로 볼 만큼 가벼운 영화가 아닐 뿐더러
여기저기 가시도 상당히 많아서 발라먹기 꽤 힘들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을 제한했을 뿐,
필요에 따라선 얼마든지 세계관이 늘어날 수 있는 그런 영화.
(이런 걸 구이로 먹기엔 좀.. 그저 탕으로 푹 고아서 살점이 부슬부슬 떨어지게 하는 수 밖엔 없다)
아- 그나저나 글 쓰다보니 심히 우울해지는구나.
아직도 누군가 나를 용서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난 용서 받지 못한 자가 되는 거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도.
-덤-
용서하면서 살자. 그거 힘든 거지만.
-덤2-
시즌2 들어서 포스팅 주기가 아주 대놓고 무례해졌다. 그만큼 먹고 살기 빡빡하단 소리.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로 귀차니즘을 합리화하는 걸 보면 나도 그저 [그렇고 그런] 놈일 뿐이다.
'나는 달라'하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이 들수록 사람이 점점 추잡해진다.
정말 싫다. 싫은데 거울 보면 그게 또 내 모습이고..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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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 군대의 폭력에 동화되어 가는 인간. by jackdawson
- 용서받지 못한 자 (The Unforgiven, 2005) by 토끼
# by | 2008/05/24 23:56 | inside movie life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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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너도 가끔씩 거울 좀 보고 살아라 - 용서받지 못한 자
리얼 군대 라이프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리얼 군대 라이프에서 파생된 코드가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다. 주로 산만한 타입들은 잘 모르겠지만.. '80년대풍 골때리는 술집(태정의 표현을 빌리자면)'의 화장실 앞 실랑이씬에서 확실하게 나와요. 정 돈 아까우면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 번 다시 돌려보든지. (힌트 좀 줄까? 저기 포스터 아래쪽 메인 카피를 잘 한 번 곱씹어봐.. '그날 이후'라는 건 뭘 뜻하고, '친구일 수 없었다'는 건 .....more
"필요에 따라선 얼마든지 세계관이 늘어날 수 있는영화"라고 하니 사뭇 궁금해지네요.
특히 여자들도 한 번 쯤 볼 만한 그런 내용입니다.
숨어있는 메시지.. 이딴 건 필요 없고요ㅎ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만 봐도 충분.
사실.. 지금까지 이 만큼 리얼하게 군생활을 그린 작품은 없었거든요.
(물론 이 영화도 제가 보기엔 80% 정도지만 ^^;)
기정님의 글솜씨는 여전하시군요.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정말 반갑습니다.^^*
홈도 가보니까 닫아 놓으셨더라고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