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굳이 따지자면 나는 우보다 좌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지극정성으로 사모한다거나 특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건 아니고,
그저 멍청이들이 삽질을 할 때마다 '찌질한 내가 해도 너보단 잘 하겠다, 이 개새끼야 !'
..라 욕해주며 속으로 삭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중도에 가깝다 하겠다.


요즘은 어딜 가나 정치 얘기가 빠지질 않는다.
이 이글루스란 동네는 원래 그런 곳이니 그냥 그러려니..하는데
간단한 술자리나 식사모임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당연한 듯 오간다는 건 정말 불쾌한 일이다.
나라의 구성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민'들이 입에 밥숟갈을 떠넣으면서도
누가, 어디서, 얼만큼, 삽질을 했는가-에 대한 얘기를 침 튀겨 가며 쏟아내고,
그렇게 열띤 토론을 해도 결국 '답이 없음'으로 귀결되는 이 한심한 상황에
꾸역꾸역 먹던 밥이나 도로 목구멍으로 밀어넣고 한숨 쉬는 일, 그걸 지켜보는 불쾌함 말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소시민들은 십중팔구 손해다.
왜냐면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이 소시민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그래서 달콤하다. 누구도 이 세상에서 자신의 삶이 소모되길 원치 않는다.
청년실업의 근본적 원인도 여기에 있다. 구멍이 점점 넓어져 갈 수록 네오가 들어차는데
그들이 활동할 무대가 없다. 무대를 만들려는 노력도, 그 노력을 실행할 지원자도 없다.
그저 어떡하면 자신만은 매트릭스의 낙오자 대열에 끼지 않을까. 다들 그 궁리만 한다.
스테이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학위만 하나 받으면 월 300은 당연하다 생각하고, 왜곡된 현실은 끊임없이 홍보된다.
그래서 누구 말마따나 언젠간 자신도 당당한 매트릭스의 일원이 될 것을 굳게 믿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마다하고, 기득권을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소시민을 용납하지 않는 시스템이 무리없이 굴러갈 수 있는 참으로 얄궂은 사이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겉멋 든 네오는 계속 양산되고, 스테이크의 달콤한 유혹은 그칠 줄 모른다.
총체적 난국이다.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어렸을 땐 뭘 해도 이런 얘긴 안 했으니까.
셋 이상 모이면 주로 이성과 관계된 그렇고 그런 섹스/연애담이나
박찬호가 이단옆차기를 했다 카더라-는 스포츠 얘기, 또는 방송/연예 관련 얘기를 했지,
누가 높으신 양반들의 우월한 업적과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걱정했냐고.
그것도 일용할 양식을 먹으면서까지. 침을 튀기면서. 한숨을 쉬면서.

요즘은 영화를 봐도 생뚱맞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자꾸만 정치와 관련 짓게 된다.
그냥..꽉 끼는 코르셋을 입은 것처럼 답답하다. 그 좋아하는 술을 마셔도 시원하게 마실 수가 없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거라는 말이 거짓으로 들린다.

'깝깝시럽다'는 표현은 G형한테 배웠는데..
G형은 어쩌다 한 번씩, 나조차도 깜짝 놀랄 탁월한 언어제조 능력을 뽐낸다.
언제쯤이면 밥 먹는 시간만큼은 즐거워 질 수 있을까. 참, 진짜, 그야말로 깝깝시럽다.


이건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혹시..
혹시 뉴질랜드 같은 곳으로 이민가면 속이 탁 ! 트일까? 궁금하다.




 

by 오리지날U | 2009/11/06 11:34 | 일상으로의 초대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