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이 인간들아...

 
이제는 마땅히 끌리는 게임도 없고, 총싸움도 할 만큼 해서
이번 휴일엔 간만에 배 깔고 만화책을 보자꾸나- 싶은 생각이 들기 무섭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시간이 정말 쏜 살 같이 흘러 '한 달' 쯤은 우습게 가버린다는 것을
이 나이를 처먹고서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에 요즘은 ['아'하면 바로 '어'다].

'생각해보고..', '고려해보지..' 이딴 건 없다.
고려하는 순간 이미 타임슬립, 어느새 한 달 또는 두 달 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땐 늦은 거다. 망연자실.

...



1

예전에 보려고 점찍어두었던 몇 권을 빌려들고 돌아가다가
나온 김에 밥도 먹지 싶어 선택한 것이 집 근처 허름한 분식점.

간단하게 라면과 김밥 한 줄을 시킨 후 멍때리고 있는데..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비칠거리며 들어온다.
척 보기에도 '이 새끼 좀 마셨군'이란 삘을 팍 풍기면서.

'아줌마 김밥.. 카드 되요?'

들어온 것도 아니고, 들어오지 않은 것도 아니고,
문에 몸을 반 쯤 걸치고 한다는 첫 마디가 카드가 되냔다ㅋ
손바닥 만한 테이블은 딸랑 다섯 개 있고,
뒷자리 손님의 등과 내 등이 맞닿는 코딱지보다 조금 큰 분식집에서 -_,-

그래도 이 가게 업주는 개념이 좀 있던 모양인지라
아주머니가 김밥을 몇 줄이나 쌀 거냐고 되묻더라.
(솔직히 아주머니 기분 좆같았을 거야.. 이해해..)
그러자 이놈이 고개를 돌려 바깥을 두리번 거리더니 우물쭈물 입을 떼는데..

'어.. 그게.. 네 명.. 다섯 명.. 아, 아니다.. 그..'

으레 김밥집이 다 그렇듯 전면이 통유리라 바깥이 훤히 다 보였는데
암만 봐도 일행이 없다. 아니, 사람 자체가 없었다. 한 명도.
마침 내가 주문한 라면이 나왔고,
어디 안 보이는 곳에 일행이 있나..하며 한 젓가락 뜨려는데 이 새끼 하는 말이 가관.


'에이~ 그냥 라면이랑 김밥 한 줄 주세요'


-_-

어이구.. 인간아.. 인간아..;




2

그래서 그 불쌍한 새끼랑 바로 옆에 나란히-_-앉아 맛나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멋지구리한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후다닥- 튀어들어오더니
들어오기가 무섭게 묻는다.

'김밥 한 줄 얼마에요?'

'예~ 1,500원요'

'에? 천 원 아녜요? 천 원?'

'아니 1,500원입니다 ^^'

'진짜 천 원 아녜요? 천 원 밖에 없는데?'

-_- 이 놈은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웬 헛소리냐;;
주인이 1,500원이라는데 지가 천 원 밖에 없다는 건 뭐여;;
그러니까 천 원에 쇼부치자는 말????

서른 줄, 쉰 줄도 아니고..
내 생전 박리김밥 한 줄을 쇼부치는 새끼는 오늘 처음 본다;;;
멀쩡한 옷차림에 선글라스, 귀걸이까지 한 걸로 봐서는 거지는 아니고..
밤늦게 라면 한 그릇 먹으러 왔다가 참 별 걸 다 보네.

내가 아주머니라면 연속으로 터지는 다단히트에 열불이 날 만도 한데
그래도 이 아주머니 좀 전의 개념있는 대처와 같이 다른 걸 권하셨다.
(지금 내 옆에서 얌전히 라면을 처먹고 있는 남자1 말이다ㅋ)

'아유~ 그럼 주먹밥 드세요. 주먹밥은 천 원이에요'

나는 그가 이제 그만 흥정을 포기하고 김밥을 시키거나
아니면 아주머니의 권유대로 지 수준?에 맞는 주먹밥을 먹겠거니..생각했다.
그러나 선글라스 핸섬남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아래와 같은 한 마디를 외치며 휑하니 사라졌다.










'나 그거 싫어하는데 에이씨 !'


나 그거 싫어하는데 에이씨

나 그거 싫어하는데 에이씨

나 그거 싫어하는데 에이씨





어이구.. 이 인간들아.. 왜 그러고 사니...








PS - 핸섬남이 에이씨~하고 사라지는데 옆자리 남자1도 벙찐 표정;;
  (이 양반아.. 당신 걱정이나 하셔 -_-)





 

by 오리지날U | 2008/11/05 23:02 | 군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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